ABOUT
회사소개
대표세무사 칼럼
[기고]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2024-01-02 14:18
작성자 : 관리자
조회 : 126
첨부파일 : 0개

[기고]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조사공무원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감정평가사업

◎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설치 경과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국세청에서는 ‘평가심의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마련하여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국세청의 의견수렴을 계기로 평가심의위원회 설치 배경과 역할, 재산평가와 관련하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감정평가사업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평가심의위원회는 2003년에 필자가 참여한 ‘기업가치의 평가와 세무처리에 관한 연구’라는 국세청 연구용역의 결과를 반영하여 설치되었다. 그 당시에는 비상장주식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중에서 큰 것으로 평가하도록 하여 그 평가액이 실제와 괴리가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게 하고, 국세청에 미국이나 영국의 평가국과 같은 평가전담기구 설치를 건의하였다.

이에 따라 국세청에서는 2005년부터 비상장주식에 대한 예외적인 평가절차와 상속재산 및 증여재산의 평가를 자문하는 ‘비상장주식평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게 되었다. 이 위원회에서는 납세자가 비상장주식에 대한 보충적평가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에는 해당 법인과 유사한 상장법인의 주가와 비교평가하여 납세자가 신청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예외적인 평가방법도 제약조건이 너무 많아 실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설치된 위원회의 역할이 유명무실하게 되자 ‘비상장주식평가심의위원회’를 2012년에 ‘재산평가심의위원회’로 변경하였다가 2020년에는 ‘평가심의위원회’로 변경하였다. 명칭 변경에서 알 수 있듯이 위원회는 아파트 등을 평가할 때 평가기준일부터 2년 이내의 평가기간 이외의 기간에 발생한 사례가액을 시가로 추인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을 결정할 때 감정평가하는 국세청의 꼬마빌딩에 대한 감정평가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국세청에서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꼬마빌딩에 대한 감정평가사업은 법률에서 위임한 바도 없고, 적용대상도 지난 7월에 사무처리규정에서 공개하기 전까지 납세자는 알 수 없는 기준에 따라 그 대상을 선정하고 감정평가한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하고 있다.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 시행으로 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신고할 때는 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실하게 신고하더라도 그대로 결정될 것으로 확신할 수도 없고, 다른 세법에서도 감정평가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면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을 통해 구조조정을 할 때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사람이 책임지는 문제까지 예상된다.

이에 따라 평가기간 이외의 기간에 생산한 소급감정가액 등 사례가액의 시가 적용과 평가심의위원회의 역할, 그리고 개선방안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 감정평가 등 사례가액의 시가 적용 관련 법령

상속·증여재산의 평가와 관련한 규정은 상속·증여세법 제60조(평가원칙) 제1항에서 시가평가를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 따라 사례가액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사례가액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3항에 따라 보충적평가방법으로 평가해야 한다.

사례가액의 시가 적용은 2003년 이전에는 해당 재산과 관련한 평가기간 내에 발생한 경우에 한정하였으나 2004년부터는 해당 재산뿐만 아니라 해당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을 시가로 적용할 수 있게 하였고, 2005년부터는 평가기준일부터 2년 내의 평가기간 이외의 기간에 발생한 사례가액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시가로 적용할 수 있게 하였다.

평가기간 이외의 기간에 발생한 사례가액은 2019.02.12.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신고하고 법정결정기한까지 발생한 사례가액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시가에 포함시킬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개정 이후에 국세청에서는 2020.01.31. 「상속·증여세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 안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한 내용에 대해 국세청의 소급감정으로 생산한 감정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시가로 결정한다고 하였다.

그동안 국세청 해석을 통해 소급감정가액은 시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여 왔고, 2014.02.21.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서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평가기간 이내일 것”을, “가격산정 기준일과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모두 평가기간 이내일 것”으로 개정하여 소급감정을 할 수 없게 하였다. 이러한 개정으로 신고기한 내에 신고해야 하는 납세자는 사실상 소급감정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정으로 납세자는 상속·증여세법 제60조 제2항에서 정하는 사례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3항에서 규정한 보충적평가방법에 따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국세청은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한 것에 대해 신고기한 이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 생산한 사례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시가로 결정하고 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한편, 국민의 법률생활의 중요한 내용을 법률로 미리 규정하는 이유는 국민에게 법률생활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 경우에 예측가능성은 세무사가 의뢰인의 거래 등에 대해 전문가적 지위에서 과세요건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신고한 내용은 위법하지 않는 한 그대로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국세청에서는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소급감정하여 평가하고 평가심의위원회에서 추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서 강조하는 예측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법원에서도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과세요건 등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의 집행에 있어서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않음을 의미하므로, 법률의 위임이 없이 명령 또는 규칙 등의 행정입법으로 과세요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거나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함부로 유추ㆍ확장하는 내용의 해석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에서는 법률에서 감정평가대상을 위임하는 개정도 하지 않고, 납세자에게는 “소급감정의 배제” 규정을 그대로 놔둔 채, 배정된 예산의 범위에 맞게 감정평가대상을 선정하여 소급감정을 하고 있다. 납세자는 소급감정을 할 수 없고, 조사공무원은 소급감정을 허용하는 것은 국세기본법 제15조 제2문 “세무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에도 또한 같다.”라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 안내에서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고가 부동산의 금액기준과 신고가액과 시가의 차액이 큰 경우의 구체적인 기준은?”에 대한 답변으로 “구체적인 금액 기준 등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조세회피 목적에 악용되어 공정한 업무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발표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인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해치고 있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 평가심의위원회가 해야 하는 역할

납세자에게 성실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게 하려면 법률에서 예측가능하게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조세는 과세물건의 가액에 따라 부과하는 종가세로 과세되기 때문에 그 가액을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며, 증여세의 경우 증여재산가액에서 증여재산공제를 하면 바로 세액산출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되므로 개별 재산가액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세액 결정과 직결된다.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은 법령에서 감정평가의 대상에 대해 위임한 바도 없이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을 선정했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감정가액으로 결정한 사례가 패소하자, 지난 7월 3일 「상속세및증여세법사무처리규정」에서 그 기준을 고시하였고, 그 대상은 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의 차이가 10억원 이상인 경우이거나 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 차이의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이고, 대상의 선정은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 할 수 있다.

사무처리규정은 조사공무원이 지켜야 할 지침으로서, 현실적으로 기준시가 등의 시가 반영비율이 70%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정시가와 차이율이 10% 이상인 경우를 감정평가대상으로 하면 대부분 이에 해당하여 조사공무원이 마음만 먹으면 감정평가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어 사실상 감정평가를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규정으로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한 것에 대해 조사공무원이 감정평가를 의뢰하지 않으면 업무 태만으로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납세자가 소액의 부동산을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한 것에 대해 조사공무원이 감정평가를 하겠다고 하면 공갈 협박으로 비칠 수도 있다.

공정한 시가를 반영하겠다는 감정평가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려면, 상속·증여세법 제60조(평가원칙)에서 사례가액의 적용 범위를 예측가능하게 개정하고, 그 내용은 최소한 “재산의 가액에 대한 시가인정 심의 신청절차”등을 심의하는 평가심의위원회에서 고시해야 한다. 감정가액의 시가 적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라도 사무처리규정이 아닌 평가심의위원회 관련 훈령을 통해 납세자가 수긍할 수 있는 범위를 공시하는 것이 납세자나 조사공무원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